[교육 현장의 AI 활용법]
지난 2년간, 저는 한국 교육부가 주최한 국제 교육 콘퍼런스 ‘글로벌 에듀케이션 & 이노베이션 서밋’에서 패널리스트로 초청받아 미국 교육 현장에서 23년간 교장으로 근무하며 얻은 경험과 통찰을 공유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번 서밋은 ‘HTHT(High Touch, High Tech)’라는 슬로건 아래 ‘교실 혁명’을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미국, 영국, 중국,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양한 국가의 교육정책가, 학자, 현장 교육자들이 AI를 활용한 교육 혁신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제가 참여한 패널에서는 미국에서 40여년간 활동한 은퇴 교장을 비롯해 영국의 교감, 싱가포르의 교육대 교수, 중국의 교육대 교수 등이 함께 AI를 보조 교사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후 저는 AI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서 연구하며, 국내 교육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교육 저널을 분석해왔습니다. 최근 ‘ASCD(Association of Supervision and Curriculum Development)’ 학회의 저널에서 ‘AI in Schools’ 특집 기사를 접하며, AI의 교육적 시사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본 칼럼을 통해 저의 배움과 통찰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AI의 교육 혁신 가능성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AI를 두고 “AI는 인류 역사에서 전기나 불의 발명보다 더 심오하고 중요한 혁신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AI가 단순한 기술적 발전을 넘어 교육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AI의 글로벌 교육 적용: 한국과 미국 비교
한국은 중앙집권적 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교육부의 정책적 방향에 따라 AI 교육 도입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50개 주가 각각 공교육을 운영하는 지방분권적 시스템을 갖고 있어 AI 관련 교육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이 교육구마다 다르게 적용됩니다.
일부 교육구에서는 AI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협력, 인간적 연결 등의 요소를 중심으로 AI를 보조 교사 역할로 활용하는 방향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AI를 단순한 기술 도구가 아닌,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합니다.
반면, 제가 방문했던 한국의 한 중학교에서는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활발했으나, ‘왜 AI를 사용해야 하는가’ 혹은 ‘언제 AI를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였습니다. 또한, 교사의 질문 방식이 학생들의 고차원적 사고력을 충분히 자극하지 못하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AI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방향성
캔자스대학교의 용 자오(Yong Zhao) 교수는 AI 활용에 있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가르치는 방식과 배우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조합니다.
기존의 교육 방식을 유지하면서 AI만 도입하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AI를 활용한 교육 혁신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개별화 학습은 AI를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강점과 흥미를 발견하고 맞춤형 학습을 제공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경우엔, 실제 문제 해결 중심의 학습 방식을 통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미래 직업 교육의 경우, AI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적합한 직업 경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AI는 단순한 교육 도구를 넘어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계발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강력한 보조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교육 현장에서도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AI를 활용한 교육 혁신이 단순한 기술 도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문의:drsuzieoh@gmail.com
수지 오 교육학 박사·교육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