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Parents] “3분 안에 책 한권 요약한다” 훔치고 싶은 그 교수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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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이송원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교과 지식이나 획일화된 매뉴얼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자명합니다. 처음 접한 일이라도 빠르게 익혀 숙달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런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배움을 주제로 세 번째로 소개하는 책은 사이토 다카시의『일류의 조건』입니다.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려면 어떤 힘을 길러야 할지 조목조목 살펴봅니다.

이가영 디자이너 [출처:중앙일보]

📌『일류의 조건』은 어떤 책인가

‘우리 아이는 문과일까, 이과일까?’ 양육자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겁니다. ‘문과냐, 이과냐’는 아이의 학업 계획을 짜거나 진학·진로를 결정할 때 중요한 기준이 돼요. 문제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배움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문과라 수학이나 과학은 자세하게 알 필요가 없다거나, 이과니까 철학이나 문학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열이 사라지면 문제 해결 능력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죠.

『일류의 조건』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거뜬히 살아가는 힘을 키우려면 보다 근원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바로 배우는 힘이에요. 이 힘은 어디서 뭘 하든지 써먹을 수 있는 기초 능력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가 강조하는 기초 능력은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입니다. 이 세 가지 능력을 체화하면, 처음 하는 일이라도 숙달할 수 있다고 해요. 이렇게 성공 경험을 쌓으면, 언제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자신감도 생기고요. 궁극적으로는 자기만의 스타일도 갖게 되고요. 공부, 일, 스포츠, 예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일류는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은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질문의 힘』과 같은 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사이토 다카시 메이지대학 교수가 썼습니다. 2006년 국내 처음 출간됐다 18년 만인 올해 다시 복간됐어요.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세상에 고전이라 할 만한 이 책이 재등장한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세상이 격변할수록 저자가 강조하는 세 가지 기본기가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겠죠. 오늘은 그가 꼽은 세 가지 능력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배양할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훔쳐라

‘훔치다’란 동사는 흔히 부정적으로 사용되지만, 이 책에선 아닙니다. 저자는 ‘무언가를 능동적으로 습득하려는 노력’이란 뜻으로 사용해요. 보고 듣는 학습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상대방의 기술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게 적극적으로 배우라는 겁니다.

단순한 모방과는 다릅니다. 모방은 그저 뛰어난 사람의 기술을 흉내내는 거예요. 외형적인 모습만 따라할 뿐 그 속에 숨은 본질은 놓치죠. 훔치는 건 좀 다릅니다. 훔쳐낸 기술을 자신의 능력과 결합해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걸 의미하니까요. 그러려면 정해진 매뉴얼을 수동적으로 따라해선 안 됩니다. 직접 부닥쳐 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해요. 특히 암묵지(暗默知, 경험이나 기술에 녹아 있어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식 혹은 능력)는 체화의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미묘한 차이를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자체 해석해 자기 안에 스며들게 해야 하죠.

간과해선 안 될 또 다른 요소는 훔치려는 ‘의지’입니다. 어떤 기술을 훔치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배울 수 있고 숙달도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 야마다 히사시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는 독특한 언더핸드 투구(공을 아래로부터 퍼올리듯 던지는 투구)로 명성을 날렸던 선수였죠. 이렇다 할 변화구 없이 직구만 던져도 타자들은 삼진을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구속이 떨어지며 위기를 맞이하죠. 그는 같은 팀 투수 아다치 고히로를 찾아가 변화구 던지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아다치는 변화구를 던지면 야마다만의 장점이 희석될 거라며 거절했죠. 그래도 야마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다치가 연습할 때마다 뒤에서 훔쳐보며 그의 기술을 따라했죠.

훗날 야마다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다치가 제게 변화구를 바로 가르쳐주었다면 ‘겨우 이런 거야?’ 하며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가 거절했기에 저는 더 절실해졌고, 밤낮으로 고민하며 연습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아다치의 기술을 훔치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엄청난 연습이 그의 무기였던 것이죠. 일류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기본기가 ‘훔치는 힘’이라는 걸 그는 일깨워줍니다.

📌단시간에 핵심을 요약하라

훔치는 힘이 기본기라면 ‘요약하는 힘’은 실전 무기입니다. 책이나 영상 혹은 특정한 현상을 요약하는 건 고도의 능력입니다. 요약하는 힘을 갖고 있으면, 요점에서 벗어난 대화를 할 위험이 줄어들고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죠. 시험 공부를 하거나 업무 발표를 할 때도 강력한 경쟁력이 됩니다.

하지만 요약하는 힘은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꾸준히 훈련해야 합니다. 시작은 독서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 머리는 자연스럽게 이전에 읽었던 부분을 정리하고, 다음 내용을 상상하거든요.

특히 저자는 ‘순간 다독술’이라고 부르는 훈련을 제안합니다. 단시간에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요약하는 거예요. 실제로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을 주고 3분 안에 요지를 파악해 발표하게 한다고 해요. 처음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던 학생도 몇 차례 반복하며 요령을 파악하면, 곧잘 해낸다고 합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책에 소개된 방법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요약력을 키우는 ‘순간 다독술’ 방법

① 완독에 대한 강박을 버려라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리세요. 다독이 어려워집니다.

② 핵심을 담은 20%를 발췌독하라
책에는 보통 요지가 있습니다. 효과적으로 요약력을 키우려면 책 전체 내용의 20%를 읽고 나머지 80%를 유추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포인트는 핵심적인 20%를 발췌하는 겁니다. 이 부분만 제대로 읽으면 나머지 80%는 읽은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할 수 있거든요. 200쪽 분량의 책이라면 핵심이 담겨 있는 40쪽가량만 읽고 나머지 내용을 가늠해 보세요.

③ 목표를 명확히 하고 중심 질문을 던져라
책을 읽기 전에 따로 시간을 내 명확한 목표를 정해 보세요. ‘이 책에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더불어 책 내용을 파악하는 데 중심이 될 질문도 만들어 보세요. 이때 책 제목이나 목차, 후기 등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일류의 조건』을 본격 읽기 전에 ‘일류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같은 중심 질문을 설정해 보는 겁니다.

④ 키워드 간 연관성을 파악하라
책 읽기에 앞서 키워드를 세 개 정도 생각해 두는 게 좋습니다. 원하는 키워드가 등장할 때마다 동그라미 표시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해당 키워드를 중심으로 앞 뒤 문맥을 파악해 보세요. 제각각인 정보들이 자석처럼 키워드를 중심으로 모일 겁니다. 이후 키워드 간의 연관성을 파악한다는 생각으로 이들을 조합해 하나의 견해로 다듬어 보세요. 자연스럽게 책의 요지가 드러납니다.

⑤ 의식적으로 연습하라
일상에서 단시간에 요약하는 연습을 할 기회는 많지 않죠. 의식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서 연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기술을 확실하게 익히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10여 분 만에 여러 권의 책을 독파할 수 있습니다.


📌독창적 스타일을 만들라

어떤 분야에서 일류가 되려면 자신의 일에 숙달돼야 합니다. 기본기(훔치는 힘)에 무기(요약하는 힘)까지 장착했다면, 숙달로 가는 준비는 마쳤다고 볼 수 있어요. 마지막 열쇠는 동력, 그러니까 ‘추진하는 힘’입니다. 단시간에 압축적으로 밀어붙이는 힘이죠. 달리기 선수라면 평소 기초체력을 닦고 기술을 익힌 뒤 실제 대회에 나가는 단계입니다.

이때 필요한 게 있어요. 바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동경’에서 찾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판화가 무나카타 시코를 통해 동경의 힘을 살펴볼 수 있어요. 그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유명해요. 누구나 그의 작품을 보면 무나카 시코의 작품이라는 걸 알아차릴 정도죠. 흥미로운 점은 그의 독창성이 지독한 동경에서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동경의 대상은 바로 빈센트 반 고흐였어요. 소년 시절 우연히 고흐의 그림을 처음 본 그는 ‘기필코 고흐가 되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고흐의 화법을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고흐 무나카타’라는 별명까지 얻었죠. 고흐에 대한 지극한 동경이 독창적인 화가로 성장하는 추진력이 된 겁니다.

동경하는 마음이 없으면 잘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나지 않습니다. 무언가에 능숙해지는 즐거움 자체를 경험할 수 없다는 뜻이죠. 아이가 자전거를 배우는 과정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자기보다 몇 살 위 아이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타고 싶다’고 느끼는 게 출발점이에요. 올라 앉고, 네 발 자전거를 타고, 보조바퀴를 떼고, 능숙하게 타는 단계까지 끊임없이 의지를 불태우죠. 동경의 힘입니다. 이때의 동경은 일시적인 감각이 아닙니다. 긴 시간을 끌고 가는 힘이죠. 저자는 이를 ‘동경을 동경하는 마음’이라고 표현합니다.

“동경하는 마음으로 꿈만 꾸는 단계에 머물러서는 충만함을 경험할 수 없다.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작지만 소중한 성공 체험을 겪으며 ‘세 가지 힘’을 키워 다양한 대상이나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 힘을 보란듯이 발휘하도록 연습하면 된다. 작은 성공 체험을 쌓아 나가다 보면, 이 세 가지 힘이 자신만의 기술로 재탄생한다.”

일류란 그 분야 최고란 뜻입니다. 최고는 ‘실력이 우수하다’는 의미인 동시에 ‘뭔가 다르다’는 것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남들과 같아서는 1등이 될 수 없으니까요. 자신만의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는 필살기 같은 것이죠.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무라카미 하루키도 독창적인 작가로 꼽혀요. 그는 일본 문단에서 잘 다루지 않던 내용을 자기만의 문체로 표현하면서 주목받았습니다. 데뷔작『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같은 초기 작품에서는 특히 무심한 문체가 두드러졌죠. 쉬운 문장을 툭툭 던지듯 쓰는 매력이 돋보였습니다. 내용도 생경했어요. 그의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갔거든요. 끈끈한 유대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 사회에선 신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키는 자기만의 독보적 스타일을 만들어 갔고, 독자들은 환호했죠.

물론 스타일을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죠. 하지만 그것도 중요한 게 있습니다. 스타일을 만들려면 확실하고 구체적인 원칙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루키의 경우 ‘문단에 얽매이지 않을 것’ ‘소설 의뢰를 받지 않을 것’ 같은 작품에 대한 원칙을 갖고 있었어요.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운동을 빼놓지 않는다’는 원칙도 꼼꼼히 지켰다고 합니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일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부은 것이죠.

세 가지 힘을 키우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건 결국 인생을 충만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기술을 연마하고 스타일을 표현 도구로 삼아 자신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충분히 맛보는 것이죠. 설령 일류가 되지 못하더라도, 스타일은 향후 인생을 나만의 방식으로 펼칠 수 있는 근간이 됩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하는 것은 단순히 무언가에 능숙해진다는 의미를 넘어, 당신의 인생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그런 뜻에서, 숙달에 이르는 비결이란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파악하려는 의식을 갖는 것, 그 행위 자체라 말할 수 있다.”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아이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알려주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요. 하나하나 마음 안 쓰이는 데가 없고, 할 수만 있다면 아이가 겪을 고생을 최대한 줄여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습니다. 결국 아이가 직접 부닥치며 살아가는 힘을 키우도록 도와야 합니다.

『일류의 조건』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세 가지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은 결국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쉽든 어렵든 여러 과제를 해결하고, 혹여 만날 난관을 뚫어 나갈 힘을 키워야 합니다. 특히 저자가 강조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려면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아야 합니다. 결국 많은 것들과 싸울 수밖에 없어요. 세상에 맞서 싸울 전투력이 중요하다는 걸 잘 설명한 책입니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겠네요.

최선호 객원기자 dandy138@naver.com,
이송원 기자 lee.s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