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Parents] ADHD 환자를 SKY 보낸 의사 “산만한 아이 ‘이것’ 쓰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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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앙일보]

지난달 25일 만난 신윤미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정답은 모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를 앓았다는 것. 그는 “인류 역사에 획을 그은 위인 중에 ADHD를 앓은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윤미 교수는 “아이가 ADHD 진단을 받았다고 양육자가 크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대부분 큰 문제없이 자란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신 교수는 2003년부터 20년간 아주대에서 ADHD를 치료하고 있다. 그가 진단‧치료한 아이가 10만여 명에 이르고, 지난해 9월에는 『ADHD 우리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도 출간했다.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The JoongAng Plus 안에서 밀레니얼 양육자를 위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는 hello! Parents는 지난달 25일 신 교수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 초대했다. 지난달 2일 발행된 신 교수 기사(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6432)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1시간여의 방송에서 오간 독자들의 질문과 그의 답을 질의응답으로 정리했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hello! Parents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의 모습. 화면 아래가 신윤미 교수.
지난달 25일 진행된 hello! Parents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의 모습. 화면 아래가 신윤미 교수.
Q. ADHD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것 같지만, 정리를 한 번 해주세요. ADHD는 뭐고, 왜 생기는 건가요?

A. 우리 뇌는 크게 파충류뇌‧포유류뇌‧인간뇌로 나뉩니다. 세 개의 뇌는 복잡한 신경회로로 연결돼 있고, 각각 고유한 기능을 하죠. 파충류뇌는 신체 기능을 조절하고, 포유류뇌는 놀이 같이 사회적 행동을 위한 역할을 합니다. 전두엽이라 불리는 인간뇌는 계획 실행, 충동 억제, 집중력, 판단력 등을 담당하는데요. ADHD 아이들은 이 전두엽이 보통 아이들보다 2~3년 늦게 발달해요. ADHD는 양육 태도와는 관계가 없어요.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끼치죠.

Q. 최근 ADHD가 증가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ADHD 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은 4만4741명(2018년)에서 8만1512명(2022년)으로, 4년 사이 2배가량 늘었어요. ADHD에 걸린 사람이 증가한 건 아닙니다. 전세계 유병률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요. 다만 ADHD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어요. 방송 프로그램과 미디어의 영향이죠. 양육자나 아이가 “ADHD인 것 같다”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Q. “아이가 ADHD인 것 같다”고 걱정하는 양육자가 많긴 합니다. 산만한 것과 ADHD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사실 한 두 가지 상황만으로 ADHD를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를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게 중요해요. 학교에서 말썽꾸러기로 유명한 A와 B가 있다고 해볼게요. 둘은 수업 쉬는 시간에 똑같이 복도를 뛰어다니며 거칠게 놀고, 늘 자기 얘기를 하느라 바쁩니다. 하지만 A는 수업이 시작되면 자리에 앉아서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B는 수업 중에도 여전히 교실을 돌아다닙니다. 이때 B는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죠. 이런식으로 산만한 것 때문에 학교나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Q. 그럼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는 아이는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될까요?

A. 이런 아이도 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나 게임을 할 때는 3~4시간은 물론, 밤을 꼬박 새우는 애들이 있어요. 반면 숙제를 할 때는 1분도 집중하지 못하고요. 이런 경우는 보통 ADHD를 의심하진 않죠. 아이가 특정한 영역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니까요. 집중력은 크게 단기집중력·지속적집중력·집중변환으로 나뉩니다. 이중 집중변환은 A란 과제를 한 다음 B라는 과제로 넘어가는 능력이에요. 좋아하는 활동을 할 때만 집중력이 좋고, 다른 일로 전환이 잘되지 않는 것도 집중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죠.

Q. 주의력에 문제가 있는 ‘조용한 ADHD’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나요?

A. 조용한 ADHD는 문제행동이 적기 때문에 언뜻 봐서 알아채기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 진단이 늦어져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도 많고요. 조용한 ADHD는 기본적으로 딴생각을 많이 합니다. 교실에 얌전히 앉아있기는 하지만, 교사 얘기를 안 듣죠. 교사가 알려준 학교 안내사항을 자주 까먹고, 물건도 잘 잃어버립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뒷북친다’는 얘기도 자주 듣고요.

Q. ADHD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하나요? 놀이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은지도 궁금합니다.

A. 아이가 6세 이상이라면 약물치료가 1순위입니다. 약물과 양육자 교육이 ADHD를 치료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의 연구도 있어요. 약물치료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양육자는 “그 정도로 심각하냐”고 우려합니다. 부작용 등을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놀이치료는 ADHD 증상 자체를 낫게 하지는 않습니다. 또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요.

Q. 아이가 ADHD인지 집에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ADHD 자가진단표를 권합니다. 주의력결핍형이랑 과잉행동‧충동형으로 나뉘는데요. 각각 9가지 항목 중 6개 이상에 해당하는 아이는 ADHD가 의심된다고 볼 수 있어요. 병원에 대한 정보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사이트나 ADHD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6세는 돼야 진단도, 약물치료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안전 문제나 언어 문제가 나타날 때는 6세 이전이라도 주치의 판단에 따라 약물치료를 시작하기도 해요.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Q. ADHD 아이를 훈육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요.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이라도, 필요하면 시켜야 하나요?

A. ADHD라고 해서 특별한 양육법이 있는 건 아니에요. 양육자가 일관성을 가지고, 아이와 상호작용하며, 섬세하게 살펴야 하죠. 특히 학습과 관련해서는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좋습니다. ‘틀린 게 없으면 1장으로 끝내자’는 식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세요. 그리고 반드시 하게 하고요.

Q. ADHD나 산만한 아이들의 주의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A. 산만한 아이는 보통 다른 사람 얘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뭔가를 지시할 때 반드시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고 말해야 하는 이유죠. 또 얘기한 뒤에 “엄마(아빠)가 뭐라고 말했어?”라고 물어보세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이해한 뒤, 자기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돕는 거죠. 청각‧시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말로 지시하고, 집안 곳곳에 메모를 붙여놓는 식이죠. 또 이런 아이는 공부하는 장소에서 장난감이나 만화책처럼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소를 없애줘야 해요. 학교에서도 가장 앞자리에 앉게 하고요. 타이머를 사용해 정해진 시간 안에 할 일을 끝내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특히 ADHD 아이는 중학생부터 플래너‧스케줄러 쓰기를 추천해요. 계획‧실행능력이 부족하니까 이를 도울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주는 거죠. 성인 ADHD 인지행동치료의 기본도 스케줄러 사용이에요.

신윤미 교수는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ADHD 진단을 받았다고 아이 인생이 끝난 것처럼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대부분 문제없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