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앙일보]
중국에서 열린 국제 수학경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결선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던 직업고등학교 학생이 예선에서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현지시간)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 글로벌 수학경시대회 조직위원회는 전날 대회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예선에서 93점을 받아 결선행 티켓을 따냈던 장쑤성 롄수이중등직업전문학교 여학생 장핑(17)은 수상자 명단에 없었다.
조직위는 성명에서 “장핑과 그의 교사인 왕모씨가 예선에서 토론 금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채점 결과에 따라 이들이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핑은 지난 6월 열린 대회 예선에서 1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직업학교 학생이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중국 베이징대·칭화대 출신과 나란히 상위 30명 명단에 오르자 현지에선 천재가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의 현실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중국중앙TV(CCTV) 등은 장핑을 ‘천재 소녀’로 묘사하며 그의 사연을 조명했다. 중학교 시절에도 수학 실력이 출중했지만 고등학교 입시 점수가 좋지 않아 직업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은 ‘실패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는 오명을 쓴 직업학교 출신인 그에게 많은 이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명문 퉁지대학과 장쑤대학 등은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장핑의 입학 지원을 환영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핑은 곧바로 대리시험과 부정행위 의혹에 휘말렸고, 일각에서는 대회 운영이 허술했다며 재채점을 요구했다. 대회 예선은 온라인 오픈북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정해진 시간 내 답안을 제출하면 됐는데 이 과정에서 자료를 참조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문제를 유출해 타인과 토론하는 행위 등은 금지됐으나 당시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핑의 부정행위가 사실로 드러나자 CCTV 뉴스,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은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또 롄수이직업학교는 왕씨에게 경고와 함께 올해의 우수 교원 자격을 박탈했다. 왕씨는 대회 예선에서 125위에 이름을 올렸었다. 학교 측은 그러면서 “대중이 미성년자에게 더 많은 관용을 베풀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혜정(jeong.hyejeo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