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ACT 돌아왔다… 명문대, 다시 ‘시험 시대’ 연다

[대입서 SAT·ACT 제출 회귀]
컬럼비아 빼고 아이비대학 모두 필수로
입학 사정에 중요해진 GPA 인플레 극심
지원자중 33%가 AI도구로 에세이 작성

시험을 치르지 않는 세상은 얼마나 좋은가. 시험이 없으면 경쟁도 없고 학교생활도 매일 행복의 나날이 될 수 있다. 현실은 시험, 평가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시험을 통해 성적을 매긴다. 여기에 대학 입시를 위해서는 표준 시험(SAT,ACT)을 더 치르게 한다. 팬데믹으로 표준 시험을 보지 않고도 대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표준 시험 필수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표준 시험의 제출 회귀에  대해서 알아본다.

2025년 10월 현재 시점에서 대학 입시는 팬데믹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많은 명문 대학들이 SAT나 ACT 점수 제출을 다시 필수화하며 ‘능력주의(meritocracy)’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아이비리그 명문 대학이며 US뉴스 선정 ‘전국대학 순위’ 1위인 프린스턴대는 지난 9일, 2027-28학년도 지원자 대입부터 SAT/ACT 점수를 필수로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아이비리그 중 컬럼비아대를 제외한 나머지 7개 대학이 시험 필수 복귀를 완료한 것을 의미한다. 하버드와 예일대는 2025-26학년도부터 ‘test-flexible(제출 융통성)’ 정책으로 SAT, ACT 점수를 제출하지 않더라고 AP또는 IB 시험 점수로 대체 제출이 가능하게 하므로 표준시험 필수 정책으로 회귀했다. 2024년에 지원서를 제출한 다트머스.브라운은 이미 2025학년도부터 필수였고 2026학년부터는 코넬, 유펜도 합류한다. 또한 MIT, 스탠퍼드.존스홉킨스.텍사스대(오스틴) 등도 이미 제출 필수를 재개한 바 있다. 플로리다.조지아 주립대 시스템도 전체적으로 필수화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UC와 CSU(캘스테이트) 시스템은 여전히 ‘test-free(무시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UC는 2020년 결정으로 2025년 이후 SAT/ACT를 입학.장학금 심사에서 완전히 배제하며, 소송 합의로 이를 확정지었다. CSU도 2022년 Title 5 개정으로 시험을 영구 폐지, 접근성과 형평성을 강조한다. 동부 공립대(펜실베이니아.커네티컷.매사추세츠.뉴저지.뉴욕 주립대 등)는 대부분 ‘test-optional(선택)’로 중간 입장을 취하지만, 제출하면 입학사정에 반영하지만 강제하지는 않는다.〈표참조〉

◆제출 회귀 이유

▶ GPA인플레와 학력 저하

성적 제출 필수 복귀의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수십 년 동안 시험 성적 제출 선택제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팬데믹 동안 학생들이 시험 센터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필수 요건을 폐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 됐다. 그러나 선택제를 도입한 많은 명문 대학은 이 정책이 학생, 대학, 교육자들에게 모두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표준 시험 성적 대신 대입에서 초점을 둔 고교 내신성적(GPA)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났다. 예전 학생에 비해서 학력이 좋은 것도 아닌데 좋은 성적을 제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현상은 다트머스대 2025 연구에서 밝혀졌다. SAT/ACT점수는 소득.인종 무관하게 대학 1학년 성적을 가장 정확히 예측했다. 반면 고교GPA와 학년 석차는 결과적으로 학교별 수준 차이가 커서 신뢰도가 낮았다. 팬데믹 기간에 표준 시험 성적 제출이 선택이 되면서 2010~2021년 ‘지속적 인플레’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명문대가 불우한 환경에서 유망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고성취 저소득층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MIT가 2022년에 시험 요건을 부활시켰을 때, 대학 측은 이 정책이 “더 공평하고 투명하다”고 평가했다. 표준화된 시험이 ‘심화 과정이나 기타 심화 학습 기회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지원자의 학업 준비도를 더 잘 평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ACT 보고서에서도 대학 준비 기준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다.

ACT가 2022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모든 학급, 교육구, 주에서 고교 GPA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인플레를 보였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2023년 다른 보고서에선, 그해 고교 졸업반 학생의 43%가 ACT의 대학 진학 준비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입학 사정관들이 과외 활동이나 추천서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인맥과 다양한 기회를 접할 수 있는 부유한 가정 자녀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엘리트를 뽑는 하버드조차 ‘기초대수학(Introductory Algebra)’ 과목을 신설한 것도 전체적인 학력 저하에 따른 것이다.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면밀한 독해 능력 없이 대학에 입학하면 보충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이 더 많다.학점 부풀리기와 낮은 기준은 명문 대학에서도 만연한 문제였다.  

하버드 연구 기관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고교 GPA는 ‘학업적 성공을 예측하는 데는 미흡한 반면’, SAT 또는 ACT 점수가 높은 학생들은 대학에서 더 높은 평균 학점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다시 말해서, 표준 시험은 대입에 있어 가장 객관적인 지표이며, 대학에서 학업적 성공을 가장 잘 예측하는 지표라는 것이다.브라운,다트머스,하버드,MIT, 프린스턴 등은 모두 자체 자료 분석을 통해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 AI로 에세이 작성

자신을 소개하고 입학 사정관을 설득해야 하는 개인 에세이는 표준 시험 성적이 없음에도 큰 역할을 했을까.교육 연구 그룹 파운드리10에 따르면, 2023-24학년도에 지원한 고교생 3명 중 1명이 입학 에세이 작성을 위해 AI 도구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지원자가 직접 쓴 글인가”라는 근본적 신뢰 위기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누구나 입시를 위해서 시간이 없다. 그런데 AI로 에세이를 작성해 시간을 절약했고 덕분에 더 많은 대학에 지원서를 넣을 수 있었다. 정직하게 에세이를 작성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표준시험은 공정한가

그렇다면 GPA, 에세이, 과외활동 등이 모두 부풀려질 수 있다면, 객관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대답은 바로 표준 시험이다. 그러면 SAT는 완벽하게 공정한가. 물론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인생과 다를 바 없다. 어떤 학생은 타고난 실력으로 시험을 잘 치르고, 어떤 학생은 과외 선생이나 예비 과정을 수강할 여유가 있다. 비판론자들은 이것이 부유한 가정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하는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비영리 단체 설립이나 해외 봉사 활동처럼 특권층 지원자들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값비싼 과외 활동이나 독특한 업적과는 달리, 시험 준비는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예전과 달리 무료 온라인 자료와 모의고사, 공공 도서관 프로그램, 널리 이용 가능한 AI 과외 선생, 저렴한 시험 준비 교재는 점수 향상이 소득보다 노력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인 학생에게는 기회

한인 학생에게 시험 복귀는 다소 유리하다. 시험제 복귀를 반대하는 측은 “시험은 부유층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자료는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시험 점수는 노력으로 향상이 가능한 유일한 지표이며, 고소득층이 독점하던 과외.인턴십.에세이 도움보다 훨씬 접근성이 높다.  

특히 2024 자료에서 아시안 평균 SAT는 1228점(전체 평균 1024점 대비 +204점)으로 최상위권이다. 2023년에도 1219점(전체 1028점 대비 +191점)이었다. 이는 인종 편향을 해소한다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이후 오히려 역차별로 입학률이 낮아진 문제를 상쇄할 ‘능력주의 균형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노력으로 높은 점수를 얻는 한인 문화가 경쟁력으로 부각된다.

그러면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한인 학생.부모를 위한 실전 전략은 무엇인가.  

첫째, 성적 목표를 1400점 이상으로 잡아서 중상위권 장학금 커트라인을 노린다. 둘째, 무료 자원 활용한다. 굳이 학원이 아니어도 칸아카데미(Khan Academy), SAT시험 주관처인 칼리지보드 공식 Prep, Quizlet AI Practice 등을 이용한다. 셋째, AI 튜터도 의미가 있다. 챗GPT로 맞춤 연습을 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넷째, 모의 시험을 반복한다. 디지털 시험 환경에 적응하고 시간 관리를 훈련한다. 다섯째, 영어 뉴스 요약.토론으로 어휘.독해력을 향상시킨다.

다만 캘리포니아 거주 학생들의 경우, UC나 캘스테이트에 지원할 때는 표준시험 대신 GPA나 과외활동, 에세이가 중심이 되야 한다. 물론 AP나 IB점수를 제출하면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아직 시험 점수 제출이 선택인 경우에도 점수 제출시 합격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시험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선택제 대학이라도 정책 변화 가능성 있으니 준비가 필요하다. 불리한 배경(저소득.공교육)이어도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시험 점수 회귀 의미

SAT/ACT 성적 제출 복귀는 단순 제도 변화가 아니다. AI.인플레이션 시대에 ‘진짜 실력’을 증명하는 도구로 UC나 캘스테이트처럼 배제하는 곳도 있지만, 명문대 흐름은 능력주의 부활을 상징한다. 한인 학생들은 높은 점수로 유리한 편이다. 무료 자원을 활용해 보자. 시대가 바뀌어도 높은 성적은 영원한 경쟁력이다.

장병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