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서 제외로 다른 항목 비중 커져
대학, 변별위해 GPA와 AP 더 비중
성적 근거로 합격권 예측 가능해져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대입 표준시험인 SAT와 ACT의 무용론이 대두되면서 일부 의식있는(?) 대학에서는 시험 점수를 적지 않아도 지원서를 받아줬다. 그러다가 대부분 대학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표준시험 성적을 선택으로 바꿨고 이제 UC(캘리포니아주립대학) 등 상당수 대학은 지원자가 굳이 성적을 제출하더라도 아예 입학 사정 과정에 참고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 SAT와 ACT는 완전히 퇴출되는 것일까.
팬데믹 이후 수많은 학부모가 궁금해 했던 것이 자신의 자녀가 SAT나 ACT점수 없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느냐였다. 결론은 알려진 바와 같다. 거의 2000곳의 대학이 대입 사정과정에서 표준시험 점수 제출 여부를 지원자가 선택하도록 결정했다. UC는 더 나아가 아예 입학 결정에 SAT는 물론 다른 표준시험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본지 2021년11월20일자: UC평의회 “SAT반영 안할 것”) 이는 들어가고 싶은 대학에 따라서 다르다는 얘기다.
미국 대입에 있어서 SAT나 ACT시험은 대입 지원자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대학 선수과목인 AP를 비롯해 학교 공부도 힘들고 과외활동(EA)으로도 시간이 부족한데 학교 공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표준시험 준비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많은 학교에서 입학 과정에서 이러한 표준화된 시험 점수를 덜 강조하고 대신 GPA 및 에세이와 같은 다른 요소에 집중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NCFOT의 집계에 따르면 1750개의 4년제 대학이 2023년 가을에 선택이나 블라인드정책을 실시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블라인드 정책은 사정 과정에서 점수를 참고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SAT를 비롯한 표준시험이 실제적으로 폐기된 이유는 무엇인가.
▶퇴출된 이유와 현황
그동안 대학들은 저소득층이나 소외 계층이 표준 시험을 충분히 준비할 수 없어 차별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고교 일선 현장에서 교과 과정에도 없는 표준시험을 준비해주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의 지원자들은 방학에 학원이나 개인 튜터를 통해 따로 공부해왔는데 이는 별도의 학원비를 마련할 수 없는 가정에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반론이 있지만 그와 무관하게 일부 대학들은 표준시험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과 불만을 가져왔다.
대학들은 가계 소득과 표준시험 점수의 상관 관계를 강력한 폐지 근거로 들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표준시험 부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팬데믹으로 수험생들이 모여서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시험장이 폐쇄됐던 것이 결정적이다.
대입 사정에 대한 기준으로서의 SAT 등의 역할은 반면, 이런 표준 시험이 필요없는, 다시말해서 학력이나 실력이 넘치는 특별한 인재들을 입학시키려는 일부 대학들에 의해서도 거부되고 있다. 바로 노스 캐럴라이나 주립 대학, 코넬 , 프린스턴, 시카고대와 같은 대학에서는 성적 제출 선택을 채택해 지원자가 SAT나 ACT성적 제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 대학 컨설턴트는 “표준화된 시험이 적합하지 않은 학생에게 확실히 도움이 된다”며 “입학 사정관들은 학문적으로 매우 재능이 있는 지원자를 파악하고 있고 그들은 표준시험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루이지애나의 명문 로욜라 유니버시티 뉴올리언스와 매사추세츠의 워스터폴리테크(WPI)와 같은 대학에서도 테스트 블라인드나 테스트 프리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정책은 학생이 SAT 나 ACT 점수를 제출하더라도 사정과정에서 학교가 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는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대학은 제출이 선택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여전히 특정 프로그래밍이나 타주 지원자에 대해서는 표준시험 점수를 요구할 수 있다. 일부 대학은 우수 장학금 수혜자를 결정할 때 시험 점수를 고려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원자들은 대학마다 입시요강을 제대로 확인하고 지원해야 한다.
▶대학들의 대처
표준 시험이 입학 사정에서 무용지물이 되면서 대학들은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섰다. 이전의 입학 사정 정보를 근거로 현재의 지원자들을 가늠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일선 고교의 프로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표준시험 점수를 대체할 정보로 내신성적격인 GPA가 꼽히는 이유다. 또한 GPA이외에도 SAT나 ACT이외의 표준시험인 AP나 고급 과정인 IB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학력을 판단하는 변별력을 갖게 됐다. 아울러 표준시험을 통해 얻은 성적 정보 대신에 과외 활동, 내신성적, 추천서 및 에세이에 무게를 더 싣게 됐다.
댄 권 플렉스 칼리지프렙 컨설턴트는 대학 사정 과정에서 에세이가 훨씬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에세이를 통해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지원자가 갖고 있는 가치, 지원자가 자신의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알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원자의 성숙함, 성찰 정도, 목표와 열망을 엿볼 수 있다”면서 “입학 사정관들은 진정으로 목표와 열망을 가장 잘 성취하고 특정 환경에 잘 맞는 학생을 찾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표준시험이 무용지물이 된 이 상황에서 좋든 나쁘든 입학 사정관들이 합격자를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응시해야 하는 다른 이유
대학들이 ‘선택’정책을 채택하면서 표준시험에 대한 매력이 사라졌지만 대입 전문가들은 대입 지원자들에게 적어도 한 번은 SAT나 ACT를 볼 것을 권장한다. 여기에는 성적이 좋을 경우에만 제출한다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특히 지원자가 SAT나 ACT를 2 번 이상 응시하는 경우 일부 대학에서는 해당 시험의 모든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표준시험 성적으로 합격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방법이 있다. 점수 제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때부터 사용되던 방법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각 대학의 웹사이트에서 합격자들의 분포를 보여주는 점수대에서 상위 25%와 하위 25%를 뺀 ‘중간 50%’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전년도에 합격한 지원자들의 중간 50%를 근거로 지원자가 자신의 점수가 그 범위 안에 들어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원자의 점수가 ‘중간 50%’의 윗부분에 있거나 그 이상이면 표준시험 점수가 입학 사정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중간 50%’의 아랫부분이거나 그 이하라면 지원자의 표준시험 점수는 입학 사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지원자는 자신의 점수를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제출하지 않는 것이 합격에 도움이 된다. 상식적으로 지원시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점수를 제출해야 한다.
SAT를 운영하는 칼리지보드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가을 대학학기 지원자의 20%가 SAT나 ACT 점수를 갖고 있지 않았다. 절반은 SAT 나 ACT 점수를 제출했고 30%는 점수가 있었지만 제출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한편 표준시험 폐기로 인해 각 대학 지원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낮은 시험 점수로 인해 지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학생들이 합격에 나은 기회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표준시험을 제외한 성적과 과외활동, 추천서 등 나머지 부분이 우수하다면 더욱 그런 기회를 좋게 볼 것이고 이는 지원으로 이어진다.
장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