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중앙일보] 입력 2021/05/19 15:08
‘#WeAreAPA’ 캠페인 – 스티브 김 ‘프로젝트 킨십’ 소장
전 USC 교수이자 비영리 단체 ‘프로젝트 킨십’(Project Kinship)을 통해 교도소 개혁과 출소자들의 교화에 앞장서고 있는 스티브 김 소장은 역설적이게도 갱단 출신으로서 교도소 수감된 전력까지 있는 인물이다. 그는 한 때 방황하며 ‘문제아’로 낙인 찍혔던 자신이 지금은 전과자들을 인도하는 사명을 감당하게 될 수 있었던 데는 자신의 삶에 흔적을 남겨온 소중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한다. 5월 아시아태평양계 문화유산의 달(이하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맥도날드 캠페인 #WeAreAPA의 두 번째 주인공인 스티브 김 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불우했던 스티브 김 소장의 어린 시절은 다양한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2) 스티브 김 소장의 프로젝트 킨십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과자의 사회적응을 돕는다.
길거리를 떠돌던 갱 청소년
공동체 사랑으로 아픔 회복
경험 살려 전과자 교화 앞장
끝없는 방황, 삶의 밑바닥
스티브 김 소장은 불우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삶의 밑바닥(rock bottom)이 있다면 그때였다”고 고백한다. 어린 시절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김 소장의 가족은 다양한 형태의 인종차별을 겪었다. 또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이민 온 김 소장의 부모님은 생계 유지를 위해 가족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자연스레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족의 따뜻함과 관심이 그리웠던 김 소장은 결국 거리로 나가 갱단과 어울리며 약물로 외로움을 달래는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김 소장은 “가족의 끈끈함이 필요해 여러 도움을 찾던 중 ‘갱단’이라는 손을 잡고 말았다. 점점 집 밖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대부분의 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냈다”며 “한 번 발을 담그면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모르는 집단에 들어가며 그렇게 인생의 최점을 찍게 됐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여러 단체와 사람들을 통해 삶에서 가장 어두웠던 터널을 지나 밝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김 소장은 “나를 거쳐가며 내 삶에 각자의 흔적들을 남겨준 여러 은인들로 인해 내 삶은 더욱 특별해 졌다”고 말했다. 다양한 단체와 은인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어두운 삶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김 소장의 노력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길
이를 위해 김 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노동이었다. 여러 최저 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던 중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을 통해 인생의 비전을 깨닫고 UC어바인에 입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이어서 USC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사회복지사로서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 또는 갱단 맴버들의 교화ㆍ사회복귀 활동을 이끌던 중 2014년 비영리 단체 프로젝트 킨십을 세우며 본격적인 사회활동에 나서게 된다. 김 소장은 단체의 근간을 ‘가족’이라는 가치에 두었다. 15년 이상 김 소장은 자신처럼 어린 시절 겪은 무관심과 애정 결핍의 트라우마가 범죄까지 이어진 청소년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하는 일을 해오며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홀로 남겨져선 안 된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 소장은 “나 또한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삶은 명백히 트라우마 였고, 이 트라우마는 나에게 여러 시련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나의 트라우마가 치료된 후에 아픈 삶은 흉터가 되어 누군가의 트라우마와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치유하는 치료제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또한 그 아픈 삶 속에서 만났던 은인들과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특별한 추억과 같은 순간들 또한 아픔을 치료할 수 있음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할아버지 손을 잡고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맥도날드를 찾아 해피밀을 먹었던 기억”이라며 “내가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에도 기억 한 쪽에 선명하게 자리 잡은 장면이었다. 이렇게 작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아픔에 대한 공감이 한 사람을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이 이끄는 프로젝트 킨십은 USC와 함께 운영하는 ‘커뮤니티 개입 근로자’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과자나 전 갱 단원들을 교육하고 훈련시켜 범죄 재발 방지에 힘쓰고 더 나아가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안착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김 소장은 “누군가를 ‘살린다’라는 생각보다 ‘섬긴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아태계 커뮤니티에서도 여러 갈등 속에 구금되거나 집없이 노숙하는 등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아태계 다양성 돌아보게 되길
스티브 김 소장은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아태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이 얼마나 축복인지 고백한다. 김 소장은 “아태계 공동체는 어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하나게 되는 단결력을 통해 위기를 헤쳐나갔다”며 “사랑과 연대의식을 통해 큰 의미에서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소장은 같은 아태계 커뮤니티 내에서도 존재하는 다름과 격차를 포용하며 아태계 커뮤니티가 더욱 단합할 것을 당부했다. 김 소장은 “미국 내 주류사회, 또는 아태계 커뮤니티 내 주류사회에서 생각하는 ‘보편적인 아시안 미국인’의 범주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태계 커뮤니티에서도 여러 문재들로 인해 구금되거나 집없이 노숙하는 등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미국 사회가 다양성을 통해 아태계 커뮤니티를 존중하기를 바라듯이 우리 또한 취약계층의 아태계 이웃을 위로해주고 다름을 존중하며 ‘하나의 아태계 커뮤니티’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