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명단은 ‘희망 고문’…재정 지원도 적어 비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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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들여다보기]

내년 봄에도 어김없이, 미전역에 있는 고등학교 시니어들은 대학입시 결과를 알려주는 이메일을 열어보고 내용에 따라 기쁨과 슬픔이 교차할 것이다.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있다. 바로 ‘대기자'(wait list) 통보다. 최근 수년간 대학들이 대기자 명단 사용을 늘리고 있지만, 대기자로 이름을 올린 학생들이 실제로 드림 스쿨에 들어가는 경우는 감소하고 있다.

2016년 ‘전국 대입카운슬링합회’ 조사에 따르면 경쟁이 치열한 대학들이 발송한 대기자 자리를 받아들이고 결과를 기다렸던 학생 중 14%만이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다. 2018년에는 아이비리그인 코넬 대학의 대기자 중 불과 1.3%, 예일 대학은 1.7% 만이 최종 합격하는 기쁨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숫자로 환산하면 코넬은 5714명의 대기자 중 불과 75명, 예일은 1095명 중 19명만이 구제받은 것이다.

이처럼 대기자 명단에서 최종 합격이 이뤄지는 숫자가 매우 낮기 때문에, 학생들은 대기자 명단에 들었다는 사실에 연연하지 말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합격자들은 보통 5월 1일까지 대학의 합격 제안을 수용하거나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대기자 명단에 든 학생들의 경우 최종 합격통보를 받기까지 몇 달 걸리기도 한다. 그들은 일단 대기자 상태 수용 여부를 해당 대학에 알리고, 정식으로 합격한 대학에는 보증금을 낸 뒤, 7월 또는 8월 초까지도 꼭 가고 싶은 대학의 대기자 명단에서 탈피하기를 학수고대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학 입학 상담가들은 대기자 명단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내놓는다.

뉴욕의 대입 카운슬러 수전 워너는 대기자로 지명된다는 것의 장점에 대해 “그 나이 또래의 학생들은 자아가 취약하기 때문에 거절당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일단 대기자 명단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원자는 자신이 괜찮은 학생이라는 위로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컬럼비아대 전 입학사정관이자 현재 북가주 팔로알토의 유대인 고등학교에서 대입 상담 디렉터로 일하는 에릭 셔먼은 다른 견해를 보인다. 대학들이 학생들을 어중간한 상태로 오래 두기보다, 거절 의사를 밝히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신속하게 입장 표명을 해야 학생들이 ‘희망 고문’에 시달리지 않고 다음 절차로 들어간다”고 그는 지적한다. 대기자 명단 때문에 학생들은 최종 합격할 것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희망을 가지는데, 이것은 잔인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비판론은 대기자 명단에 있는 학생들이 다른 대학에 이미 합격했어도, 대기 중인 학교에 대한 미련 때문에 합격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대기 학교가 내가 꼭 가고 싶은 학교라면 그 학교에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간곡한 의지를 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 다음 마치 대기자 명단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잊어버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대기자 경험보다 더 안 좋은 것은 바로 ‘보류(deferral)’ 통보다. 지원자가 가을에 조기 전형으로 학교에 지원한 뒤 해가 바뀌기 전에 보류 대상으로 분류돼 정시로 넘어가고, 거기서 다시 대기자가 된 뒤 결국 여름에 불합격 처리될 경우 그 지원자는 애초 대입 지원서를 넣는 시점부터 무려 7개월을 기다리게 된다.

또 한가지 알아둘 것은 백업 신입생을 찾기 위해 학교 측이 대기자 명단을 들여다볼 때쯤이면 학교의 재정보조 예산이 거의 소진되는 타이밍이라는 점이다.

지원자의 재정 상황에 관계없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니드 블라인드’ 학교들조차도 이 타이밍이 되면 재정보조가 필요하지 않은 학생들을 선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원자들은 대기자 명단의 현실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조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빈센트 김 카운슬러 / 어드미션 매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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