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에 소수계 대입 우대 정책 폐지…한인 학생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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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 29일 위헌 결정 내려
기회의 공정, 역차별 논란으로
대입 제도 불가피, 한인들 촉각

소수계 대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된다.

연방대법원은 29일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ㆍ이하 SFA)’이 하버드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과 관련, 소수계 대입 우대 정책이 위헌(찬성 6명ㆍ반대 3명)이라고 결정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행정명령(1961년)으로 발동됐던 이 정책은 위헌 결정에 따라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번 소송은 SFA가 소수계 대입 우대 정책으로 인해 아시아계와 백인 지원자가 입학 사정 시 역차별을 받았다며 대학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존 로버츠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그동안 대학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학습, 기술 등이 아닌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며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으며 학생은 인종이 아닌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위헌 결정은) 수십 년간 이어진 선례와 중대한 진전에 대한 후퇴”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은 논란과 함께 전국적으로 파장이 크다.

소수계 대입 우대 정책 폐지로 대학의 입학 사정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한인들은 향후 변경 방안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또, 흑인, 히스패닉계에서는 소수계의 교육 기회와 사회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소수계 대입 우대 정책은 백인 중심의 사회에서 소수 인종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기회의 공정을 보장하겠다는 이 정책이 오히려 차별을 심화했다는 점이다.

다수인 백인과 학업 성취도가 높은 아시안이 소수계 우대 정책 때문에 성적이 낮은 흑인, 히스패닉 등 타인종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자 불만이 확산했고 이는 역차별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의대 진학 컨설팅사인 STEM 리서치 폴 정 박사는 “특히 한인 등 아시아계는 미국 내에서 소수 민족이지만, 교육열이 높아 고등 교육계에서는 소수계가 아니었다”며 “그렇다 보니 소수계 우대 정책 관점에서 보면 아시안은 백인과 흑인 사이의 샌드위치 같은 입장이어서 오히려 불이익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소수계 대입 우대 정책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지난 1978년 연방대법원은 입학 사정 과정에서 인종을 합격 요인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결했었다. 2003년에 진행됐던 헌법소원에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주별로도 법적 논란은 계속됐다.

가주의 경우 지난 1996년 주민투표를 통해 소수계 대입 우대 정책을 금지했다. 평등권 위반이자 차별이라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되자 미시간, 워싱턴, 애리조나, 플로리다,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뉴햄프셔, 아이다호 등도 공립대에서 인종에 따른 입학 우대 정책을 금지했다.

한편,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SFA 측은 성명에서 “대학 입시에서 인종적 선호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모든 인종과 민족 대다수가 반길 결과”라며 “대법원의 결정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을 하나로 묶겠다는 인종차별 없는 법적 약속이 복원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퍼머티브 폐지-“한인 학생 불이익 줄어들 것”

흑인·히스패닉계는 불리할 듯
다양성 확보 차원에선 아쉬움

소수계 대입 우대 정책 폐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인 교육계 관계자들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먼저 UCLA 옥성득 교수(한국기독교학)는 “동아시아학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내 수업의 경우 흑인 등 소수계 학생이 늘 1~2명밖에 없어서 아쉬웠다”며 “이번 결정으로 인해 흑인, 히스패닉 학생이 앞으로 더 줄어들 텐데 학업과 관련한 다양성 측면에서 보자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의과 대학 분야에서도 소수계 우대 정책 폐지로 인한 여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남경윤 의대 진학 컨설턴트는 “성적이 대체로 좋은 한인 학생들의 경우는 법원 결정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흑인,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상당히 불리해질 것”이라며 “팬데믹 당시 의대들이 흑인 학생을 많이 뽑았는데 성적이 안 좋고 독해력이 떨어지다 보니 의대에 진학하더라도 패스를 못 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이러한 점이 다양성을 맞추려다 생겨난 폐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소수계 우대 정책 폐지가 한인 학생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학 진학 컨설팅사인 STEM 리서치 폴 정 박사는 “그동안 일부 대학에서는 입학 사정 시 백인 학생은 그대로 두고 흑인에게는 가산점을, 아시안 학생은 점수를 깎았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성적이 좋은 한인 등 아시아계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때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줄어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