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ington DC] 입력 2022.01.11 14:12 수정 2022.01.11 15:12
입학전형에 인종 고려 금지
TJ과학고(Thomas Jefferson High School for Science and Technology)를 비롯한 가브너스 스쿨(Governor’s School) 입학 전형방법을 제한하는 법안이 추진돼 한인 등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가브너스 스쿨은 주정부 지원을 받는 영재학교 19곳을 말한다. 글렌 데이비스 주니어 주하원의원(공화, 버지니아 비치)이 최근 상정한 법안에 의하면, 가브너스 스쿨 입학 전형시 인종을 입학 사정으로 고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자도 TJ 과학고 입시제도 개혁을 약속한 만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TJ과학고를 관할하는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은 작년 입시전형부터 인종간 입학생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필답고사를 폐지하고 내신과 수학적 에세이 등으로만 전형을 치르고 있다. 기존 입학전형에서는 아시안 인종 비율이 70% 이상이었으나 입학시험과 100달러 전형료 비용을 폐지한 후 절반 정도로 떨어져 아시안 차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데이비스 주니어 의원은 “이 법안의 근본적인 취지는 인종과 국적, 성, 얼굴색 등을 기반으로 입학 차별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라면서 “TJ 과학고를 비롯한 가브너스 스쿨은 전통적인 입학전형 방식인 성적에 의한 선발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종요소를 고려할 경우 어린 학생들의 기회와 자원을 박탈하기에 불평등을 조장할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존 포스터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 법률자문은 “TJ과학고는 입학전형시 인종이나 출신 국적과 배경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인종 간 입학기회를 균등하게 하기 위해 입학전형을 변경했을 뿐”이라면서도 “데이비스 주니어 의원의 법안이 TJ 과학고를 겨냥한 사실이 명백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TJ과학고가 영속하는 한, 현재의 입학전형 시스템을 100%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콧 브라브랜드 교육감도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식으로 몰아부치는 행위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역사의 순기능과 순방향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은 TJ 과학고 입학전형시 네 가지 ‘경험적 요소’를 고려하고 있는데, 이러한 요소가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 요소는 영어가 첫번째 언어인지, 장애인인지, 점심 무료 혹은 할인대상자인지, 과거 TJ 과학고 입학생이 적은 중학교 출신인지 등이다.
카운티 교육청은 이러한 요소를 고려해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 선발 비중을 높이려 하고 있으며 실제로 상당한 성과를 얻고 있다. 내신 위주 선발 방식이기 때문에 GPA 3.5 이상과 아너 과목 수강 조건 등만 충족시키면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입학 인재 풀이 더 넓어지고 더욱 우수한 인재가 뽑힌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카운티 교육청은 공개적으로 “아시안 커뮤니티 내에서 TJ 과학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횡행하고 있으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입학시험을 변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카운티 당국은 “일부 아시안 커뮤니티에서는 백인 입학생을 늘리기 위해 아시안에게 유리한 입학전형을 변경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변경 전후의 백인 입학생 비율은 변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스티브 파른스워스 메리 워싱턴 대학 교수는 “버지니아 상원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래 선거에서 TJ 과학고가 위치한 페어팩스 카운티의 무당층과 공화당 유권자 계층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옥채 기자 kimokchae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