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 읽기 도전…또 다른 성취감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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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년특집 l 6. 자녀의 성공요인 무엇인가
공부잘하는뇌 만들기 기본 전략

아이의 의지력 개발이 학부모 최우선 교육과제

역사가 토인비(A. Toynbee)는 인류 문명의 기원과 발전을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의 원리로 해석하고 있다. 그의 역사 연구에 따르면 ‘우수한 민족’이 위대한 문명을 일으킨 것도 아니요 ‘지정학적 환경’이 좋은 민족이 큰 문명을 이룬 것도 아니다. 문명의 발전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민족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역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걸림돌’과 ‘디딤돌’의 차이

토인비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적용해 보면 ‘머리 좋은 아이’가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집안 환경’이 좋은 아이가 출세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닥친 역경을 ‘걸림돌’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디딤돌’로 여겨 역경을 딛고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아이가 성공한다.

아이의 머리가 좋다는 것은 생존경쟁에서 조금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좌뇌 성향의 아이들은 공부 머리는 좋지만 사회성이 부족해서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또 우뇌성향의 아이들은 사회성은 좋지만 좌뇌의 순차적 사고가 약하다 보니 수학을 비롯해서 공부가 아이를 억누르는 경향이 있다.

아이의 집안 환경이 좋은 것도 단지 하나의 조건일 뿐이지 아이의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좌뇌가 강한 유형의 아이에게는 사회성을 키워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돈을 들여가면서 아이를 학원에 내몰거나 우뇌가 강한 유형 아이에게 좌뇌를 보완해 주기는 커녕 과도한 수학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이는 부모가 앞장서서 아이의 창의성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부모는 아이의 영어 수학 실력을 키워주는 것보다 아이의 의지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에게 역경이 다가오면 아이는 뒤로 숨기고 엄마가 대신 나서서 역경을 맞이한다. 물론 아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모성 본능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부모가 나서서 아이를 버리는 것과 같다. 아이를 무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나중에 조금만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스스로 헤쳐나가기 힘들어한다.

▶아이의 역경지수 높이는 방법

아이의 역경지수를 높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아이에게 어려운 책에 도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우뇌 아이들은 책이 조금만 어려워도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또 조금만 두꺼워도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쉬운 책만 읽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가 쉬운 책만 읽으면 아이 머리가 단순해지고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아이에게 어려운 책에 도전하게 하는 것은 두 가지 숨은 뜻이 있다. 우뇌 아이들에게 쉬운 책을 읽히면 이 아이들은 자신의 감과 직관으로 이해해 버린다. 좌뇌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려운 책을 대하게 되면 더 이상 자신의 우뇌가 통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척 봐서 아는 직관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 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또 분석을 하고 생각을 해야 그 책의 내용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아예 책을 보지 않든지 아니면 좌뇌를 쓰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된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어려운 책을 읽도록 어느 정도는 강제해야 한다. 아이에게 좌뇌 기능장애가 오지 않으려면 강제적으로라도 좌뇌를 쓰게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아이로서는 어려운 책을 보려면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역경을 견뎌내는 힘이 없는 아이는 어려운 책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인내를 가지고 도전하다 보면 역경지수가 높아진다. 힘도 없고 실력도 없는 새내기 씨름 선수가 씨름을 잘하려면 힘센 장사들과 자주 씨름하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판판이 깨지게 되어 있다. 그러다 어느새 다리에 근육이 붙고 팔에 힘이 오르게 된다. 이제는 대등한 경기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도 역사상 위대한 사상가들과 처음 마주치면 도대체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자주 부딪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고 같이 어깨를 견주어볼 정도까지 실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려운 책 읽기 도전은 이렇게…

어려운 책에 도전하지 않으려는 아이의 경우 어떻게 도전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우선 아이의 수준보다 한두 단계 정도만 어려운 책을 읽히는 것이 좋다. 너무 어려우면 아이는 아예 도전을 하지 않고 뒤로 넘어진다. 자기가 보아서 읽고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갈 만한 책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려운 책을 읽게 할 때는 반드시 레고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앞에서 이야기한 고차원적.구조적.창의적 사고로 접근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책 내용을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하게 하면 아주 좋다. 좌뇌적인 언어를 우뇌적으로 시각화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책 내용이 상당히 쉽게 느껴진다. 내용 이해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무엇인가 하나를 끝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책을 대강 읽고 넘어가는 우뇌 아이들에게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은 좌뇌를 쓰게 하는 동시에 책을 철저히 이해시키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교육가 마르바 콜린스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고전을 읽혀 교육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심지어 난독증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읽혔다. 초기에는 교육학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그녀는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저자도 아이들의 좌.우뇌를 보완해 주는 교육을 하면서 우뇌 아이들이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나 화이트헤드의 《과학과 근대세계》 같은 책을 보면서 처음엔 거의 초주검이 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그러나 강의를 듣고 난 후에는 집에서 스스로 책을 읽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온 것을 수없이 확인했다.

아이가 혼자서 어려운 고전을 읽을 때는 분명 지옥이다. 하지만 책을 분석하면서 저자의 뇌인지구조를 찾고 또 창의적으로 활용하다 보면 어느새 즐거운 지적 놀이가 된다. 보통은 이 작업을 하면서 아이들은 ‘아하!’ 체험을 하게 된다. 책의 내용이 한순간에 정리되면서 깨닫게 된다. 이때 지적 감동이 온다. 주로 저자의 생각을 좌뇌로 날카롭게 분석할 때 그 예리함에 아이들은 지적 짜릿함을 느낀다. 그 다음 이렇게 분석된 내용들 가운데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이 우뇌의 창의성으로 서로 연결될 때 아이들은 다시 지적 쾌감을 느낀다. 이러한 지적 쾌감을 맛본 아이들은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한 것을 요구한다. 더 큰 쾌감을 느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지적 쾌감은 중뇌에서 전전두엽으로 뻗어 있는 신경의 각성작용으로 생겨난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나오면서 쾌감을 느낀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지적 쾌감은 다른 쾌감과는 달리 충족되어도 억제하는 물질이 없다. 이 말은 지속적으로 지적 쾌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전전두엽과 연결된 쾌감신경을 각성시키기만 하면 아이들은 더 큰 지적 성취감을 느끼면서 계속 공부에 몰두할 수 있다.

안진훈 대표 / MSC브레인컨설팅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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