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은 미국 고등교육의 방향과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는 혁신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며,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2기가 본격화되면서 사회, 경제, 예산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개편이 추진되고 있으며, 대학 재정과 학자금 재정보조 역시 그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방정부는 비효율적인 지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컬럼비아 대학교를 시작으로 기존 대학들에 지원되던 보조금과 그랜트를 우선적으로 감축하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UC 계열 대학들과 USC 등 주요 대학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가 고등교육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스탠퍼드대, legacy admission 유지 위한 선택
레거시 어드미션이란 대학 입학 과정에서 졸업생의 자녀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즉, 부모가 해당 대학의 졸업생일 경우 자녀에게 입학에서 우선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인데, 이 제도는 주로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 사립 대학에서 오래전부터 시행돼 왔으며, 때로는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고등교육의 형평성과 기회의 평등을 중시하는 정책 변화의 일환으로 올해(2025년) 9월부터 캘리포니아에 있는 공립 및 사립 대학들의 레거시 어드미션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발표하고 통과했는데, 스탠퍼드 대학교는 레거시 어드미션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는 조건으로 캘그랜트 프로그램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립 대학의 가치관과 우선순위, 그리고 미국 내 대학 입학과 재정 지원의 더 넓은 맥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탠퍼드 대학이 재정적인 유연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보고 있으며, 캘그랜트 프로그램을 포기하더라도 레거시 어드미션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스탠퍼드는 자체적인 기부금과 기부자들 덕분에 주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도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미 매우 강력한 재정 지원 시스템을 운영해 학생들의 재정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러한 자체적인 재정 지원 정책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맞춤형으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스탠퍼드 대학의 이번 결정은 사립 대학들이 주·연방 정부로부터 더 많은 자율성을 가지려는 경향을 반영하는데, 이로 인해 다른 사립 대학들이 캘그랜트와 같은 공공 재정 지원 프로그램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고등교육의 접근성과 형평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
▶UC 계열 대학, 연구비 삭감의 직격탄
트럼프 정부의 예산 전반에 대한 개혁은 UC 대학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는데, 대표적으로 UCLA에 500만 달러가 넘는 과학·의료 연구비를 삭감한 것이 그 예다. 이러한 행보로 인해 최근 UC 대학은 주정부 대학 보조금 삭감이 미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초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발표함과 동시에, 과학·기술 경쟁력 저하 및 경제적 관점을 더해 재정 보조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발표의 주요 요점을 정리하자면, UC 내 연구소, 실험실, 임상시험 등이 운영비 부족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며 연구 인력(학자, 연구 보조원, 기술 스태프 등)의 고용 불안정, 채용 동결 등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비 감소로 인해 기초 과학 및 초기 단계 연구 등 사회적 영향이 큰 보건 및 의료 연구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위험도 있다. 이는 더 나아가 미국의 과학 기술 경쟁력 및 혁신 역량에 장기적으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연구비 삭감은 UC와 같은 연구 중심 대학의 입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줄어든 연구 기회와 재정 지원이 대학의 명성과 입학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특히 STEM 전공 학생들이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대학 입시가 어떻게 바뀔지가 큰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H.R.1 예산 조정법안과 재정 지원 변화
H.R.1, 혹은 ‘One Big Beautiful Bill Act’로 알려진 이 법안은 2025년 7월 4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예산 조정법안이다. 해당 법안이 대학 입학에 미칠 잠재적 영향은 다음과 같다.
- 학생 대출: 대학원 및 전문대학원 학생들은 Direct PLUS 대출을 받을 수 없으며, 대학원 학생과 부모의 대출 한도가 새롭게 설정된다. 이는 일부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더 비싸게 만들고, 민간 대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
- 학생 대출 상환: 기존 상환 계획은 표준 상환과 소득 기반 상환, 두 가지 옵션으로 단순화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대출 유예는 2027년부터 종료된다.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으나 학생들의 재정적 결정에는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 펠 그랜트(Pell Grant):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필요 기반 자원을 제공하는 펠 그랜트의 지원 금액과 수혜 자격이 제한된다. 이는 재정 지원 패키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입학 결정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사례를 더 들자면, USC의 경우 기존에는 National Merit Finalist 학생들에게 연간 4만 달러까지 장학금을 지원했지만, 올해부터는 고정 금액 2만 달러로 변경됐다. 이 장학금은 USC 선택의 중요한 매력이었으나, 연방 자금 삭감 정책으로 인해 축소된 것이다. USC 공식 웹사이트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전문가들과 입학처 관계자들은 학교 펀딩 문제와 필요 기반 보조금 확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글을 마치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연방 자금 삭감은 대학 예산에서 재정적 공백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연방 자금에 의존하는 공립 대학들은 교수진 급여, 연구, 학생 서비스 및 캠퍼스 인프라와 같은 운영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러한 자금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대학들은 등록금과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대학 교육을 더욱 비싸게 만들어 가정에 추가적인 재정적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연방 자금으로 지원되던 서비스의 수수료도 증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캠퍼스 내 기숙사, 식사 계획, 기술 및 자원 접근 등이 이에 해당하며, 이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학생과 가족들이 다양한 대학을 고려하고, 재정적 안전망이 확실한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H.R.1 예산 조정법안과 연방 보조금 삭감의 장기적 영향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대학 입학과 재정 지원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유연성을 유지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레이스 김 대표원장 / 아이앤트 에듀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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