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입력 2023.03.03 20:44 수정 2023.03.03 21:44
코로나로 바뀐 대입 전형에
불안한 학생·학부모들 타겟
수수료와 후원금 명목 착복
에세이 검토에도 수백 달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입 전형이 크게 바뀌면서 한인 학부모들을 겨냥한 고액 대입 컨설팅이 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의 비대면 수업 등으로 성적이 떨어진 자녀의 명문대 진학에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에게 합격 보장을 내세우며 컨설팅 비용으로 연간 수천 달러부터 수만 달러까지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입 컨설턴트의 역할은 학생의 과목별 학습 지원도 있지만 주로 대입 지원서를 채울 특별활동 내용을 만들어주거나 에세이 작성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는 용도가 불분명한 프로그램을 통해 별도의 비용이나 심지어 후원금까지 받고 착복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학부모들이 주의해야 한다.
LA에 거주하는 제임스 김(가명)씨는 최근 고등학생 자녀의 대입 컨설턴트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금모금에 참여하라는 문자를 받고 거액을 냈다. 하지만 김씨는 실제 이 돈이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김씨는 “전쟁 피해자를 돕는 뜻깊은 일인데 이런 활동이 대학 지원에 도움이 된다는 말까지 들으니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하지만 나중에 은행에 확인해보니 기금으로 낸 수표의 수령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전혀 관계없는 개인 이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컨설턴트에 확인을 요구하자 학원장이 수령자 이름을 지운 종이 한장을 문자로 달랑 보내줬다”며 “지금은 원장과 아예 연락이 끊어져 추가 확인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학원의 경우 연간 지급하는 컨설팅 비용 외에 학생의 에세이를 읽는 비용으로 학부모에게 최소 150달러에서 300달러까지 별도로 받고 있다. 한 학부모는 “컨설팅 비용으로 한 달에 450달러를 내는데 영어 과목 숙제로 제출할 자녀의 에세이를 읽었다는 명목으로 250달러를 별도로 내라고 하더라. 아이를 볼모로 돈을 뜯어내는 것 같아 다른 학원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에 진학한 데이비드 박군의 경우 의대 진학 준비를 위해 컨설팅을 신청하려다 포기했다. 의대 지원서 작성에 필요한 비용으로 5만 달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군은 “의대 진학 컨설팅 비용이 그렇게 비쌀지 몰랐다. 프로그램 내용도 진짜 의대 합격에 도움이 되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아 그냥 포기했다”며 “더 놀란 건 그렇게 비싼 컨설팅을 받으려는 학부모들이 매우 많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인타운의 한 학원장은 “코로나 이후 대입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자녀의 대입을 걱정하고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며 “과거엔 SAT 점수가 높으면 좋은 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금은 그런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에 자녀가 대학에 불합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 같다”고 현상을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의 성적 외에도 프로그램 활동 내용이나 에세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만큼 절대적인 합격 기준은 없다”며 “고액 컨설팅이 합격은 보장하지 않는다. 자녀에게 필요한 걸 제공하는 학원을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