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음식점을 가든, 물건을 구매하든 그에 앞서 온라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 과정을 보면 결코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의 후기, 리뷰를 살펴보는 것. 단순히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아닌 실제 이용자들이 어떠한 경험을 했는지를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의사 결정자 즉 소비자는 보다 다양한 근거를 가지고 선택을 내릴 수 있다.
이를 미국 대학 입시에 적용해보자. 시험 점수, GPA, EC, 에세이 등은 모두 지원자 본인이 본인을 어필하기 위한 요소들이다. 학생들을 제품에 비할것은 아니지만, 굳이 치환해보자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상세페이지, 브로셔, 미슐랭 인증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작 소비자들이 의사 결정을 위해 살펴보는 리뷰, 후기와 같은 요소는? 다름아닌 추천서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 지원자를 오래 동안 살펴보거나 잘 알고 있는 제3자가 학생에 대한 일종의 리뷰, 후기를 남기게 되는 것이 추천서다.
결국 미국 대학 입시는 1차적으로 GPA, 시험 성적 등을 통해 학생들을 필터링을 한 뒤, 그 이후부터는 EC 에세이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를 통해 학생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판단하게 되는데 이 때 소위 말해 “인상적인 후기”가 있는 지원자라면 입시를 진행하는 입학사정관들에게 해당 지원자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하게 된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Director of Admission인 Shawn Abbott는 성적 등을 토대로 한 1차 관문이 지나고 나면 정말로 중요해지는 것들 중 하나는 “what do the teachers have to say about this particular student, what does the guidance counselor have to say about this particular candidate.” 라고 밝힌 바 있다. 즉, 학교의 선생님들과 카운슬러가 해당 학생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16H LAB의 지난 컬럼에서 좋은 학생을 발견하고 선발하는 과정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투자에 빗대어 설명했듯이, 이번에는 대학 입시에서 추천서의 (어쩌면 굉장히 평가절하 된) 위력을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리뷰, 후기가 가지는 중요성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추천서가 가지는 중요성을 인지했다는 전제로 그 다음 이야기를 해보자. 추천서 = 리뷰, 후기 라는 컨셉을 이해했다면 어떤 추천서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좋은 추천서일까에 대한 답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좋은 추천서를 정의 내리는 키워드는 디테일, 일관성, 그리고 연관성이다.
우선 디테일이라는 키워드가 추천서에서 가지는 의미를 알아보자. 음식점의 후기를 볼 때 “친절하고 맛있어요”라는 리뷰와 “제가 숟가락을 떨어뜨렸는데 어떻게 바로 알고 새걸로 가져다주셨어요. 제가 원하는 고기 굽기도 먼저 물어봐 주고 고기를 직접 구워 주셔서 정말 편하게 먹었어요” 라는 리뷰가 있다면 어떤 후기를 더 믿을 수 있을까? 추천서도 마찬가지다.
마치 복사 붙여넣기를 한것 처럼 “공부 열심히하고 학교 생황에도 잘 참여하는 성실한 학생”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는 추천서와, 실제 있었던 학생과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해당 학생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는 추천서가 가지는 위력은 매우 다르다.
두번째는 일관성이라는 키워드인데, 이는 특히 여러 개의 (외부) 추천서를 받을 때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의외로 지원자의 정직함 (academic honesty)라는 요소에까지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 선생님의 추천서에서 한 학생은 “클럽 활동에서 처음에는 이해도가 높지 않았고 구성원들과 잘 녹아들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다른 멤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성공적으로 리더십 포지션을 따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인턴십을 통해 알게 된 직장 상사에게 받은 외부 추천서에서는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매우 스마트한 학생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데미지를 입게 된다. 이 경우 이슈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두 가지다. 입학사정관들은 해당 인턴십을 과연 지원자 본인의 노력으로 얻게 된 것인가, 그리고 인턴 생활을 그 정도로 뛰어나게 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과연 진실일까 라는 부분에 물음표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소위 말하는 그 미싱 링크 (Missing Link)를 에세이나 다른 활동들을 통해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수년간 학생을 봐온 선생님의 평가와 1-2개월의 인턴십을 통해 내려진 평가가 극명하게 다른 것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면 이는 해당 지원자의 합격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는, 역효과가 나는 추천서가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연관성. 이 역시 제품 리뷰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이 부분은 꽤나 간단하다. 새로운 휴대폰이 출시되었을 때 그 리뷰를 IT, 테크 유튜버가 하는 것과, 음식점 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유튜버가 했을 때 누구의 리뷰에 더 신뢰를 가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아무리 유명인이라고 해도, 학생과의 접점이 별로 없는 사람이 쓰는 추천서는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학생과의 연관성, 맥락을 찾을 수 없는 미국 하원의원의 추천서 한장은 되려 학생의 키워드, 브랜딩이라는 측면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추천서가 입시에서 가지는 의미, 그리고 좋은 추천서를 정의내릴 수 있는 세가지 키워드에 대해 살펴봤고, 다음 파트에서는 보다 실전 단계들을 통해 어떻게 좋은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지를 비롯한 세부적인 전략을 알아보자.
제인 김 대표 / 16H LAB
www.16hlab.com
문의: info@16h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