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입력 2023.03.14 22:07
6월 ‘드래그퀸 스토리’ 행사
찬성 “성인지 감수성 향상”
반대 “아동에 너무 선정적”
학부모·교계 찬반논란 가열
LA 한인타운의 공공도서관에서 ‘여장남자’가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마련돼 논란이다.
아이들에게 선정적일 수 있다는 지적과 어릴 때부터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LA공공도서관(LAPL)에 따르면 오는 6월 15일 오후 2시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드래그퀸 스토리 타임(Drag Queen Story time)’이 진행된다.
드래그 퀸은 여장을 의미하는 ‘드래그(drag)’와 남성 동성애자가 자신을 칭할 때 쓰는 표현인 ‘퀸(queen)’이 합쳐진 단어다.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모방하는 남성을 의미한다.
도서관 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유명 여장남자로서 동화책을 전문으로 읽어주는 조 패러거(드래그 퀸 예명·피클)가 나선다. 3년간 여장 공연을 해왔으며 LA카운티에서 드래그퀸 이야기 시간을 활성화한 인물로 손꼽힌다.
도서관 한 관계자는 “말 그대로 어린이들에게 ‘진보적인(progressive)’ 내용의 아동 문학을 드래그 퀸이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라며 “드래그퀸 시간은 유머, 놀이, 판타지 등을 통해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LAPL 재단의 지원을 받아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LAPL은 2017년부터 시립도서관 등에서 관련 이벤트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 앳워터빌리지 도서관에 이어 다음 달 22일 셔먼오크스마틴폴라드 도서관, 그리고 6월 한인타운을 처음으로 찾게 된다.
학부모와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벌써 찬반 논란은 거세다.
김진우(45·LA)씨는 “드래그퀸 분장이나 이미지가 상당히 선정적인데 아직 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며 “이제 LA한인타운에서도 그런 이벤트가 진행된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적으로 필요한 이벤트라는 주장도 있다.
LA향린교회 곽건용 목사는 “시대적으로 현실을 보면 여장남자뿐 아니라 성소수자들이 늘고 있고 현재 아이들이 성인이 될 시점에는 더 많아질 것”이라며 “어릴 때부터 그들과 접촉할 기회를 자연스레 많이 만들어줌으로써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할 수 있다면 필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드래그퀸 이야기 프로그램은 한인타운뿐 아니라 이미 곳곳에서 시위까지 진행되며 극심한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LA타임스는 지난 2월 ‘드래그퀸 이야기 시간이 어떻게 아이들을 둘러싼 싸움이 됐는가’라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지난 2년 동안 전국적으로 여장남자가 등장하는 드래그퀸 이야기 시간을 진행하는 도서관, 학교 등이 많아졌다”며 “이는 소아성애 자극 논란으로까지 번지며 보수적인 학부모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 소수자 인권 단체인 GLAAD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국에서 드래그퀸 이야기 이벤트와 관련한 반대 시위 등은 총 141건이었다. 급기야 논란이 심해지자 텍사스, 네브래스카, 노스다코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14개 주에서는 18세 미만 청소년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드래그퀸 관련 이벤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에서 드래그퀸 이야기 시간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한인타운에서도 반대 시위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주성시화운동본부 송정명 목사는 “피오피코 도서관 측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그래도 계속 진행하겠다면 교계 차원에서 시위라도 해서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한편, LA시가 운영하는 LA공공도서관은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을 포함, 72개의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드래그 퀸 이야기 이벤트는 지난 20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됐으며 유명 성 소수자 문학 작가인 줄리언 델가도 로페라, 버지토바르, 미셸 티 등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