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갭이어 신청하기
6개월~1년 신청 가능
인턴십·자원봉사 인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기 전 잠시 휴식기를 갖는 ‘갭이어(Gap Year)’ 도전자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캠퍼스 문을 닫고 온라인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올 가을 입학하는 신입생들과 재학생들 사이에서 ‘갭이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뉴욕대학교(NYU)에 합격한 에스더 김(18·부에나파크)양이 그중의 한 명이다. 갭이어 신청을 고민중이라는 김양은 “원래는 여행을 다니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뉴욕시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를 보면서 일단은 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갭이어협회(GYA)의 이튼 나이트 사무국장은 “3월 이후 온라인 사이트 방문자수만 150%,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소개된 페이지 방문자는 30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나이트 사무국장은 이어 “고등학생들이 졸업후 곧장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것보다 한 학기나 두 학기를 쉬면서 여행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는 게 갭이어의 취지”라며 “지금은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만큼 많은 신청자들이 거주지 인근에서 봉사활동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메리칸교육위원회(ACE)에서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신입생 5명 중 1명은 갭이어를 고려중이다.
갭이어는 고등학교를 빠르면 17세, 늦으면 18세에 졸업하는 자녀가 좀 더 성숙해진 후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기자 아예 1년동안 입학을 늦추고 자녀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신입생들에게 갭이어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마다 정책이 다르고 학생과 가정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지역사회 봉사단체인 아메리코(AmeriCorps)를 운영하는 전국커뮤니티서비스협회(CNCS)의 사만다 워필드 대표는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8살이 아니더라도 갭이어를 택할 수 있다”며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면 추천한다”고 말했다.
▶어느 대학에서 허용하나?
교육 매거진 하이어에듀케이션 최신호에 따르면 해마다 갭이어를 택하는 학생 규모는 3만~4만여 명으로, 전체 대학 진학생의 1.2~2% 정도 규모에 해당된다. 이들 중 절반은 미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나머지는 해외를 택하고 있다. 대학들은 신입생들이 갭이어를 위해 입학을 늦추겠다고 요청하면 대부분 허용한다. 특히 합격시 제시한 장학금 혜택이나 규모도 그 상태로 동결되기 때문에 갭이어 후에 지원금 액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갭이어를 고려하는 학부모와 자녀가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과연 대학에서 갭이어를 허용하느냐 여부다.
올해는 특별히 코로나19 사태로 갭이어를 권장하는 학교들이 늘었다. 예를 들어 캘스테이트 프레즈노는 올 가을 입학생들에게 내년 봄에 입학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USC의 경우 의료 문제나 미군 복무, 또는 종교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갭이어를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능한 프로그램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자유롭게 여행하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있다. 아메리코측은 “오히려 지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아메리코 웹사이트는 주별, 전국별로 구분돼 있어 원하는 지역에서 필요한 봉사 프로그램을 찾아보면 된다.
일부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봉사하는 시간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UCLA 입학을 앞두고 있는 이지연(18·LA) 양은 “갭이어를 듣고 싶지만 재정적인 문제도 크다고 들었다”며 “올해는 가능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을 봉사하는 시간으로 사용하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을 준비하나?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에서 2년까지 학업을 잠시 중단해야 하는 만큼 사전 준비가 필수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퍼드, MIT 등 주요 사립대들은 갭이어를 신청하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이 마련돼 있다. 갭이어를 허용하되 별도의 재정지원이 없는 대학도 있다. 하지만 해외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거나 소외된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 등 학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학자금 신청이 가능하다. 졸업할 때 포함할 수 있는 학점인지, 또 연방이나 주정부에서 지원하는 무상 학자금이나 학생융자를 받을 수 있는 지 확인하고 신청해보자.
마이크 데블린 스탠퍼드대 입학처장은 지난해 U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을 입학하기 전 갭이어를 최소한 고려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갭이어를 통한 경험은 학생들이 목표나 미션을 세우고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갭이어를 떠나고 싶다면 가고 싶은 국가를 선정해 예산을 세운 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미국에서 오는 여행자들을 금지하는 나라도 있는 만큼 항공권 구입 전 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갭이어에서 얻는 것은?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템플대학과 GYA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갭이어를 들은 학생들의 성적이 일반 대학생 평균보다 높고 졸업 기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LA타임스는 최근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갭이어 기간동안 일을 한 학생들의 86%는 취업 경험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커뮤니티 봉사를 택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이보다 높은 89%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갭이어 신청자의 다수가 영어를 구사하는 백인이며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의 상위소득 가정 자녀였다. 또 최소 2개월 이상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웹사이트
www.americangap.org 아메리칸갭어소시에이션: 갭이어 프로그램을 운여하는 기관 협회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www.nationalservice.gov/programs/americorps: 주별, 전국별 단위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http://studiesabroad.com/gap 스터디어브로드: 해외 유학 프로그램 운영
www.projects-abroad.org 프로젝트어브로드: 봉사활동 중심 프로젝트 진행
▶언제부터 시작됐나?
1967년 니콜라스 매클린-브리스톨이 자선기관 프로젝트의 봉사교육을 위해 3명의 봉사자를 에디오피아에 보낸 것이 첫 시작이다. 1972년 영국에서 ‘갭액티비티프로젝트’라는 단체가 생겼으며 이후 유럽 여러 나라에 번지기 시작했다.
장연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