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바꾼 교육 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교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오는 코로나19 감염률이 심각한 카운티 산하 교육구들에 오는 8월 말부터 시작될 가을학기도 원격 수업으로 진행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학기가 시작돼도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초유의 상황이 교육 전반계에 나타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처음 겪는 현상이 아니다. 현재의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매우 유사하게 연방 정부가 전국의 학교에 휴교 조치를 내린 경험이 있다. 바로 1918년 미 전역을 강타한 인플루엔자 때문이다. 스페인 독감으로도 불리는 인풀루엔자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사망자가 급격하게 증가하자 이를 막기 위해 약 4개월에 걸쳐 휴교 조치를 내린 경험이 있다. 보스턴 대학교 아메리칸ㆍ뉴잉글랜드 역사학과의 메리 배튼펠드 교수는 최근 당시 팬데믹 상황과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대응하는 교육계에 대한 보고서를 온라인매체 더컨버세이션에 발표했다. 과거를 미화하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를 토대로 겪었던 변화를 오늘날 반면교사로 삼는 것은 분명 유익한 일이다. 과거 팬데믹으로 바뀐 3가지 교육 제도를 정리했다.
- 학교 간호사 제도 정착
미국의 초ㆍ중ㆍ고교에 간호사(School Nurse)를 배치하는 제도는 1902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학교 간호사 시스템은 아픈 학생을 치료하지 않고 집으로 조퇴시켜 수업을 빠지게 하는 대신 학교에서 1차적 치료를 제공하고 학생의 가족에게 건강 상태를 제공했다. 이후 학생들의 결석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후 1918년 가을 미국에 인풀루엔자 팬데믹이 일어나자 학교마다 학생들의 건강검진을 공식화시키고 범위도 확대했다. 학교 간호사들은 전염병으로 의심되는 어린이들을 격리시키기 위한 계획을 마련했다. 천연두에 대한 예방접종도 일상적으로 제공하고, 시력, 청력, 치과 검사를 도입하는 커리큘럼도 설치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을 대상으로 개인 위생과 질병 예방에 대해 교육하기도 했다. 당시 학교 간호사들의 역할은 1950년대까지 공립학교 커리큘럼의 표준이 됐다.
1918년 11월 로열코플랜드 뉴욕시 보건국장은 ‘다음 세대를 위한 전염병의 교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검증된 사람의 지속적인 관리 감독하에 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안전을 제공받았고 보건당국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보건 관련 정보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고 학교 간호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 파트너십을 통한 보건 시스템 구축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1918년 미국의 43개의 도시는 보건, 교육, 그리고 정치계가 하나로 뭉쳐 팬데믹을 타개했다. 밀워키, 위스콘신과 로체스터, 뉴욕은 학교와 보건당국, 그리고 이민자들을 대표하는 커뮤니티와 함께 팬데믹 전담팀을 구성했다. LA는 시장, 보건국장, 경찰국장, 교육감이 함께 협력하여 감염률을 통제하고 교사들을 위한 추가교육을 했으며 집에서 수업하는 약 9만 명의 학생들을 위한 숙제를 제작해 배달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 급식 시스템·출석 의무화 제정 1916년 연방 교육부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생명과 보건은 더 중요하다”라고 선언한 후 학교 점심 프로그램과 운동장 신설 및 학생 건강을 위한 야외활동 교육이 제정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의 복지와 보건 증진의 걸림돌이 되는 미성년자 노동법을 개정하여 학교 출석을 의무화했고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 환경을 개선했다.
팬데믹이 퍼질 당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1918년을 ‘어린이의 해’로 지정한 후 학교가 집으로 교육 교제 뿐만 아니라 음식과 약품도 함께 배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2020년 팬데믹 속 학교 현황
학교 간호사의 중요성을 깨달은 지 100년이 지난 오늘날 학교 간호사 고용률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미 전역에서 60%의 학교만 풀타임 간호사를 고용하고 있고 약 25%는 아예 고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분석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 상황에서 학교 간호사를 고용하고 안전하게 캠퍼스를 재오픈하기 위해서는 교육구 당 약 40만 달러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이 수치들은 유색인종, 저소득층 및 이민자 학생들을 교육하는 대도시권 학교들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가뜩이나 팬데믹이 가져다준 재정적 부담으로 이미 예산을 축소하는 교육구들에 간호사 채용은 계획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다. 이러한 상황과 때로 분열을 야기하는 연방정부의 태도 속에서도 1918년과 같이 지역 공동체는 서로 협력하여 팬데믹에 맞서 싸우고 있다. 보스턴, 시카고, 달라스, 새크라멘토를 비롯한 많은 도시의 시의회와 교육구, 비영리단체, 그리고 노조와 사 측이 연합하여 소속 공동체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다른 점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 지핀 제도적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의 불씨가 학교 경찰의 권한 및 예산 축소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공립학교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에서 예산의 재분배는 분명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