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서 부탁하기] 추천자 위해 이력·의도 충분히 알리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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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주목할 추천자로 선택
법적 이름 알려 혼란 상황 피해야
마감일 알리고 충분한 시간 중요

사립 명문 대학과 장학생 신청, 인턴십에는 추천서가 필요하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추천서를 부탁해야 할지 알아봤다.  

추천서는 만능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역전의 도구도 절대 아니다. 성적은 조금 부족하지만 추천서가 좋아서 선택되는 경우는 없다. 만약 그랬다면 추천서 이외에 외부 압력이 통한 부정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천서는 확실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모든 성적이나 과외 활동, 심지어는 인터뷰 결과까지도 같은 학생이 3명 있다고 치자. 이들 중 2명을 뽑아야 한다면 그 상황에서 추천서가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 잘 쓴 추천서를 제출한 2명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이상적인 대입 추천서는 학생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이 지망하고 대학, 장학재단, 인턴십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추천하는 것이 좋다. 긍정적인 형용사로 가득 채운 추천서라고 할지라도 추천자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무의미한 추천서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대학, 장학 재단, 연구소 등의 눈으로 추천자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 추천서를 부탁하는 학생이 해야 할 일이다.  

▶심사위원이 신뢰할 사람에게 의뢰하자=고교 교사나 카운셀러에게 받는 추천서는 누구나 의무적으로 받아 제출하는 경우다. 내용이 많이 다르기가 쉽지 않고 눈에 띄는 것도 어렵다. 심사위원이 관심이 생겨 읽도록 하려면 대학 교수나 연구소장 같은 굵직한 인물에게서 추천서를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함께 일한 적이 없는 교수나 연구원의 추천서는 의미가 별로 없다. 한국에서 추천서라는 제도를 차용하면서 아버지 친구, 아는 지인이 잘 아는 사람 등의 추천서를 제출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던 이유도 이런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였다. 역시 하지도 않은 봉사 활동을 마치 한 것처럼 제출할 수 있었던 가짜 증명서가 난무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적당한 스토리가 없이 좋은 형용사만 나열된 추천서는 아무리 내용이 좋아 보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비서나 조교가 대충 쓴 글에 서명만 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면 교수나 연구원의 의미 있는 추천서를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우선 여름 캠프나 인턴십이 바로 그 기회가 될 수 있다. 서머 캠프나 인턴십을 선택할 때 우선 추천서를 써 줄 수 있는 굵직한 인물이 참여하는 여름 캠프인지 아니면 대학원생 아르바이트로 운영되는 캠프인지 확인해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인턴십도 연구소에 가서 하는 것이 있고 회사, 정부기관의 홍보용으로 운영되는 인턴십이 있다.프로그램을 따라 즐거운 활동을 하고 온 인턴십은 홍보용 인턴십이라서 행사 조직 전문가는 많이 만날 수 있지만 추천서를 써줄만한 학구적인 인물은 몇 시간 출연하는 강사이니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선 의미 있는 서머 캠프나 인턴십을 찾았다고 해도 프로그램 기간 내내 주위 사람들과 별다른 교류 없이 얌전하고 조용하게 지내다 온다면 추천서를 올바르게 받기가 어렵다. 교수나 연구원이 추천서에 쓸 말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앞장서고 의견을 발표하고 강사의 논리를 반박하는 등 기억에 남을 만한 적극성이 있어야 기억에도 남고 추천서에도 “리더의 자질이 있다”라는 문구가 나올 수 있다.  

▶제출처가 무엇을 원하는 곳인지 알려주자=추천서는 대학, 재단, 연구소에 ‘이 학생이 가장 적격인 학생, 수혜자, 인턴’이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2가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첫째는 대학, 재단, 연구소에서 어떤 학생을 찾고 있는 지다. 두번째는 학생이 자신을 어떤 식으로 설명하는 지, 어떤 식으로 포장하는 지다.  이런 내용을 확실히 알아야지만 추천되는 학생의 우수성을 설명할 수 있다. 추천서를 부탁할 때 구체적인 내용도 전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자면, “어떤 재단에서 어떤 분야에 대한 연구자를 위한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선생님에게 배운 지식을 이용해 현장 경험을 쌓고자 지원하고 싶습니다. 이 재단에서 특별히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지원할 사람을 찾고 있으니 이에 맞는 추천서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을 받으면 추천서를 쓰는 사람도 이에 가장 적절한 에피소드를 기억해서 추천서를 작성하게 되니 이런 핵심을 지적하는 추천서에 비하면 ‘착하고 성실한 학생입니다’라는 추천서는 눈에 들어 오지 않게 된다.  

▶나에 대해 요약해 알려 주자=아무리 오랜 기간 가깝게 지낸 선생님이더라도 추천서를 부탁할 때 그동안 자신이 이룩한 ‘실적’을 알려야 한다. 가까이 있었으니까 자신에 대해서 잘 알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여러 해 동안 코스를 수강하고 2년 연속 여름방학 인턴으로 나와 함께 일한 학생이 추천서를 부탁하더라도 언제 어떤 코스를 이수했는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인턴십을 했는지 그 기간 동안 어떤 일을 해 내었는지를 알려 줘야 가장 설득력이 있는 추천서가 나온다. 그런 식으로 추천서를 의뢰하는 학생은 “준비가 철저하다”는 인상까지 주어 이전에 그 학생이 철저한 준비를 해온 모습을 상기하도록 하여 그 일화까지 쓸 수 있게 된다. 그냥 ‘추천서 써 주세요’로 끝나면 일일이 기록을 모두 열어 봐야 돼 추천서를 쓰기 위해 모아놓은 에너지나 시간이 낭비될 수 있어 추천서 쓰기에 힘이 빠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추천서를 쓰는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야 유리한 추천서가 나온다. 그동안 이룩한 성과 기록을 알리려면 물론 자신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믿기 어렵지만 자신이 활동한 일을 모두 기억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언제 무슨 상을 받았는지까지 잊고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고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자신의 활동 기록 모음을 만들어 둬야 한다.  

▶법적 이름을 사용하도록 알져주자=한인들의 경우 서류 상의 이름과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이름이 다른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서류 상에 사용할 이름을 확실히 알려서 추천서에 사용되는 이름과 지원서에 사용되는 이름이 일치해야 한다. 심사위원이 헷갈릴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선택일수록 별 것도 아닌 것이 꼬투리가 돼 낙방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흠집도 잡을 수 없도록 완벽하게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과학경시대회 심사에서 10명에게 상을 주는 경우 10명을 모두 선정하고도 20개 정도의 우수한 연구 논문이 심사위원 책상 위에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사위원들이 반복해 읽어도 우열을 가릴 수가 없고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 마감 시간이 다가온다면, 결국 철자가 틀린 논문, 1인칭으로 쓴 논문, 목차의 순서가 틀린 논문 등을 우선적으로 탈락시키게 된다. 그래도 수상 후보가 너무 많이 남게 되면 결국 투표로 결정하게 된다. 수상이 충분히 가능한 학생 10명 정도가 상을 못 받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는데 어떤 식으로 결정을 하던 간에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입, 취직, 모두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이런 상황 속에서 선발이 된다는 뜻이니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어쩌면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항상 완벽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작성 시간을 충분히 주고 마감일을 알려주자=추천서 제출 마감일을 불과 며칠이나 1주일 남겨 놓고 추천서를 써 달라고 하는 것은 ‘대충 써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추천서 부탁이 들어왔다고 해서 자신이 하던 일을 멈추고 추천서를 써 줄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항상 충분히 여유 있는 시간을 두고 부탁해야 추천서 쓰는 사람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진지함과 섬세함이 느껴지는 추천서를 쓸 수 있다.

또한 추천서가 언제까지 들어가야 하는지도 확실히 알려야 한다. 누구든지 인지상정이다. 마감일이 다가온 일부터 하기 마련이다. 마감일을 잘 모르는 일은 한 없이 미뤄질 수가 있다.

장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