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K의대] 틀에 박힌 스토리는 마이너스…본인 가치관 전달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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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윤의 미국에서 의대 보내기]

Q: 의대 입시에서 가족에 관한 얘기는 피하라는 조언이 옳은 내용인가.

A: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보이는 글이나 말이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실제로 의대 입시에서는 뜻하지 않게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가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는 그럴 수도 있으므로 미리 알고 피하면 도움이 되므로 함께 자세히 알아보자.

 대표적으로 가족에 관한 언급이 불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우는 AMCAS Application, 즉 1차 지원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인 Personal Statement를 적을 때 발생할 수 있는데 바로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편찮으셨던 얘기를 자신의 PS 가장 서두에 적는 일이다.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주신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의학의 힘으로 완쾌하셨던 얘기라면 자신이 왜 의학을 택했는지 설명하기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고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너무 많은 학생이 활용하는 접근방법이다 보니 그 글을 읽는 입장에서는 ‘Oh no. Not again’이라면서 다음 내용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피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입시에서는 내 경험을 토대로 한 내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잘 전달하는 것이 관건인데 남들과 차별화되기 어려운 경험을 활용하여 관심을 집중시키고자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절대로 할머니를 간호했던 경험이 소중한 경험이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지만 적어도 그 경험을 자신을 소개하는 중요한 글에서 첫 부분에 배치하는 전략은 차별화되기 어려운 접근방식이다. 

 의대에 지원하여 의사로 살아가겠다는 프리메드 학생이 환자를 도우며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 자신의 친할머니 경우뿐이라면 사실 이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학생이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글로 소개하고자 하는 내용의 순서를 잘못 정해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우려되므로 병동에서 봉사활동 하며 알게 된 어떤 환자에 대한 얘기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세상에 절대적인 경우나 무조건적인 경우는 존재하기 어려우므로 굳이 할머니에 관한 얘기로 자신의 가치관을 소개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할머니의 질병에 관해서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맞벌이하던 부모님을 대신해서 할머니가 자신을 키워주시며 어떤 고귀한 가치관을 물려주셨는지에 대해서 먼저 소개를 하며 할머니가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읽는 이들도 모두 인정을 하게 만든 이후에 그런 할머니의 질병과의 싸움 혹은 노화 과정이 왜 그리도 자신에게는 큰일로 다가왔는지에 대해 얘기를 전개해 나가는 노력 정도는 해야 그 글을 읽는 의대 입시 관계자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전후 설명 없이 그저 사랑하는 할머니의 노화 과정을 옆에서 겪은 얘기와 자신의 의학에 관한 열정을 연결하는 글은 너무 일반화되어 있기도 하지만 성의도 없어 보일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우리 한인 학생들이 너무 표현하지 않아서 우려되는 부분은 가족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들과 여행에서 느꼈던 행복감이나 힘든 순간에 역시 가족의 도움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가 한인 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글에서 보기 힘든 내용이다. 아마도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모든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그들의 응원 속에서 살고 있다고 미루어 짐작하지 말기를 권한다. 대부분의 우리 한인 가정에서 제공되는 자녀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전폭적인 지원이 이 세상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당연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기를 권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든 안 하든 간에 자신에게 가족이 큰 힘이 되는 존재이고 자신도 가족을 항상 염려하며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면 그건 한껏 자랑할 일이고 의대에서 가산점을 줄 만한 내용이라고 큰 소리로 전하고 싶다. 

 자기 가족과 서로 아끼고 소통하지도 않는 학생이 그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남들의 인정을 받으며 한껏 자랑스러운 인생을 살아갈 때 가족도 아닌 생판 남인 환자들을 아끼고 열린 소통을 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학생이 공부 열심히 했다는 얘기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표로 하면 되는 것이고 과학적 탐구심에 관한 표현은 논문이나 포스터 발표로 할 수 있는 것이며 이타적이고 배려하는 가치관은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소통은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성적이 중요할지 인성이 중요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의대 입학사정관의 입장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의대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인상적인 성적관리를 해온 학생들이므로 그중에서 삶을 안정적으로 즐기며 살아가는 학생을 선발하면 되는 아주 쉬운 임무를 수행하면 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이런 당연한 얘기를 어떻게 PS에 적을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만일 제한된 PS 공간에서 말하기 어렵다면 Secondary Application에서 수많은 에세이를 적어야 하고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소개할 기회는 충분히 주어질 것이니 일단 가족을 아끼고 소통하며 지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상황에 맞게 표현하기만 하면 된다.

 자기 가족을 사랑하는 표현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나를 표현하는 방식을 정할 때는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나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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